에게해의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아름다운 항구 도시 이즈미르(Izmir)에서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우리 15명의 팀원들은 아침 일찍 다시 전용 버스에 올랐습니다. 오늘 향할 곳은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스'의 무대이자, 전 세계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름인 '트로이(Troy)'입니다. 전설 속에만 존재하던 신화가 어떻게 역사적 현실로 발굴되었는지, 그리고 아시아 대륙을 떠나 다시 유럽 대륙으로 넘어가는 장엄한 횡단의 순간을 기록합니다.

1. 신화의 베일을 벗은 고대 도시, 트로이 유적지 탐험

끝없이 펼쳐진 싱그러운 올리브나무 밭을 지나 도착한 트로이 고대 유적지는 수천 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거대한 발굴 현장입니다. 어제 보았던 에페소스처럼 화려하고 거대한 대리석 건축물들이 온전하게 서 있는 것을 기대했다면 입구에서 조금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트로이는 수많은 전쟁과 지진으로 파괴되고, 그 무너진 터 위에 또다시 새로운 도시가 세워지는 과정이 수천 년간 반복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무너진 돌무더기들이야말로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이 단순한 허구가 아님을 증명하는 강력한 역사적 증거입니다. 우리 15명의 일행은 무성한 수풀 사이로 겹겹이 쌓인 아홉 개의 지층을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기원전 3000년경의 청동기 시대 초기 정착지(트로이 1기)부터 고대 로마 시대의 흔적(트로이 9기)까지, 한 자리에서 9개의 각기 다른 시대상을 관찰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하셨습니다. 발밑에 구르는 돌멩이 하나조차 수천 년의 사연을 품고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절로 조심스러워졌습니다.

2. 우리를 반겨주는 거대한 '트로이 목마'의 진실

트로이 유적지 매표소를 지나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조형물이 있습니다. 바로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거대한 나무 조형물, '트로이 목마'입니다. 어린 시절 동화책이나 영화에서만 보던 그 전설의 목마를 실제로 마주한 우리 일행들은 설레는 표정으로 너나할 것 없이 목마를 배경으로 재미있는 인증 사진을 남기기 바빴습니다.

[팩트체크] 우리가 보는 트로이 목마는 진짜 고대 유물일까? 많은 분이 유적지 입구에 서 있는 이 거대한 목마를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 시대에 만들어진 실제 유물로 오해하시곤 합니다. 하지만 이 목마는 진짜 역사적 유물이 아닙니다. 1975년 튀르키예의 건축가 이젯 세네모글루(İzzet Senemoğlu)가 현지 산자락에서 자라는 소나무를 이용해 예술적 상상력을 더해 제작한 '관광용 재현품'입니다. 비록 수천 년 전의 진품은 아니지만, 트로이 전쟁의 상징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며 관광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 훌륭한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할리우드 영화 '트로이(브래드 피트 주연)' 촬영에 실제 사용되었던 소품용 목마는 유적지가 아닌 해협 건너편 차나칼레 시내 중심가 해변에 전시되어 있어, 두 목마의 디자인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3. 세계 최장 현수교를 달리다, 차나칼레 1915 대교

트로이 유적지에서의 흥미진진한 역사 탐험을 마친 우리는 본격적으로 아시아 대륙을 떠나 유럽 대륙(트라키아 반도)으로 진입하기 위해 다르다넬스 해협(Dardanelles Strait)으로 향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 험난한 해협을 건너려면 대형 버스를 통째로 거대한 카페리(페리선)에 싣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느릿느릿 건너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2024년 현재, 우리 팀은 그런 수고로움이나 대기 시간 없이 전용 버스에 편안히 앉아 바다 위를 시원하게 내달렸습니다. 그 비결은 바로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다리가 새롭게 개통되었기 때문입니다.

                                       손님들께 설명해 주느라 사진을 놓쳐버리는 바람에 그림으로 대체

[팩트체크]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 차나칼레 1915 대교 우리가 시원하게 내달린 이 다리의 정식 명칭은 '차나칼레 1915 대교(1915 Çanakkale Bridge)'입니다. 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가 무려 2,023m에 달하는 현존하는 세계 최장 현수교입니다. 여기서 더욱 자랑스럽고 뭉클한 사실은, 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랜드마크를 바로 대한민국의 건설사(DL이앤씨, SK에코플랜트)가 뛰어난 기술력으로 시공하여 2022년에 성공적으로 개통했다는 점입니다. 이역만리 튀르키예 땅, 그것도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역사적인 바닷길 위에 대한민국 기술의 위상이 우뚝 서 있는 것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니, 우리 팀원들 모두 애국심이 차오른다며 연신 창밖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셨습니다.

4. 11편을 마무리하며

신화 속 전쟁의 참혹한 상흔을 간직한 트로이를 지나, 최첨단 현대 토목 기술의 결정체인 차나칼레 대교를 건너 마침내 유럽 대륙에 무사히 입성했습니다. 하나의 나라 안에서 버스만 타고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국경선 없는 대륙 이동을 경험하는 것. 이것이 바로 광활한 영토를 가진 튀르키예 정통 일주 패키지에서만 누릴 수 있는 압도적인 낭만이자 최고의 특권입니다.

숙소에 도착해 창밖으로 바라본 다르다넬스 해협의 일몰은 유독 붉고 아름다웠습니다. 다음 12편에서는 기나긴 여정의 종착지이자 비잔틴과 이슬람 제국의 화려한 문화가 완벽하게 공존하는 세계적인 도시, 이스탄불로 다시 귀환합니다. 비잔틴 건축의 최고 걸작인 아야 소피아와 이스탄불의 심장 블루 모스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대장정의 피날레를 향해 달려가는 튀르키예 여행기, 다음 편도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