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묵칼레의 눈부신 석회붕을 뒤로하고, 우리 15명의 소수 정예 팀원들은 이제 튀르키예 서부의 푸른 에게해 연안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오늘은 성서 속 '에베소'로 잘 알려진 아시아 최대 규모의 로마 제국 유적지 '에페소스(Ephesus)'와,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동화 같은 그리스풍 와인 마을 '쉬린제(Şirince)'를 방문하는 날입니다. 거대한 과거의 역사와 아기자기한 현재의 낭만이 교차하는 멋진 여정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1. 2천 년 전 로마의 거리를 걷다, 에페소스
에페소스는 과거 로마 제국의 소아시아 지역 수도였던 거대한 항구 도시였습니다.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는 남문으로 입장해 완만한 내리막길을 따라 걷다 보면, 쿠레테스 거리(Curetes Street) 양옆으로 펼쳐진 화려한 하드리아누스 신전과 공중목욕탕, 그리고 당시 귀족들의 저택 흔적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에페소스 유적지는 그늘이 거의 없기 때문에, 모자와 선글라스를 단단히 챙겨 쓴 15명의 손님들과 함께 대리석 바닥을 천천히 거닐며 2천 년 전 이곳을 누볐을 로마인들의 화려한 일상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특히 에페소스의 상징이자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는 '셀수스 도서관(Celsus Library)' 앞에 도착했을 때, 정교하게 조각된 웅장한 전면부 파사드를 마주한 일행들 사이에서는 경이로운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곳은 고대 세계 3대 도서관 중 하나로, 과거에는 1만 2천 권 이상의 두루마리 장서가 습기를 피해 이중 벽 구조 속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팩트체크] 고대 로마인들의 지혜, 수세식 공중화장실 에페소스 유적지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장소 중 하나는 바로 '라트리나(Latrina)'라고 불리는 수세식 공중화장실입니다. 대리석에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을 뚫어 변기를 만들고, 그 아래로는 맑은 물이 계속 흐르도록 설계하여 오물을 처리한 최첨단 친환경 시스템이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칸막이가 전혀 없다는 것인데, 당시 로마 귀족들은 나란히 앉아 볼일을 보면서 스스럼없이 정치와 경제를 논하는 사교의 장으로 화장실을 이용했습니다. 가이드로서 이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을 현장에서 설명해 드리면 손님들 모두 큰 웃음을 터뜨리며 고대인들의 지혜에 신기해하십니다.
2. 2만 5천 명을 수용한 원형 대극장의 위엄
원형 대극장셀수스 도서관을 지나 마블 거리(Marble Street)를 걷다 보면 거대한 피온 산(Mt. Pion) 기슭을 깎아 만든 '원형 대극장(Great Theater)'이 압도적인 위용을 드러냅니다. 최대 2만 5천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었던 엄청난 규모의 이 극장은 당시 연극 공연뿐만 아니라 검투사들의 치열한 전투와 대규모 종교 집회가 열리던 에페소스의 중심 무대였습니다.
규모가 워낙 방대하여 계단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데 제법 숨이 차지만, 우리 팀은 15명 규모의 단란한 인원인 덕분에 뒤처지는 분 없이 다 함께 서로를 격려하며 정상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과거 에게해 바다로 이어졌던 곧게 뻗은 아르카디안 거리(Arcadian Way)가 한눈에 들어와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장관을 연출합니다. 무대 중앙에서 박수를 치면 마이크 없이도 꼭대기 좌석까지 소리가 명확하게 전달되는 고대의 놀라운 음향 설계 기술을 직접 테스트해 보는 것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3. 산속의 작은 그리스, 달콤한 쉬린제 마을
에페소스에서의 장엄한 역사 탐험을 마치고, 전용 버스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산간 마을 '쉬린제(Şirince)'로 향했습니다. 붉은 기와지붕과 하얀 회벽이 어우러진 가옥들이 언덕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곳은 튀르키예 안의 작은 그리스로 불리며 수많은 여행자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팩트체크] 튀르키예 속 그리스 마을이 탄생한 슬픈 배경 쉬린제는 원래 15세기 무렵 평야 지대에 살던 그리스인들이 전염병을 피해 이주해 와서 형성한 마을입니다. 이후 1923년 튀르키예 공화국이 수립되면서 그리스와 맺어진 '로잔 조약'에 따른 대규모 인구 교환(Population Exchange)으로 인해, 이곳의 그리스인들은 눈물을 머금고 본국으로 떠나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그리스에서 이주해 온 튀르키예인 무슬림들이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건축 양식은 다분히 이국적인 그리스풍이면서도 생활 문화와 음식은 튀르키예식인 독특한 퓨전 마을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쉬린제는 포도, 복숭아, 사과, 오디, 석류 등 현지에서 직접 재배한 과일로 빚은 달콤한 과실주가 매우 유명합니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아기자기한 수공예품 상점들을 구경하다가, 단골 와이너리에 들러 일행들과 함께 즐거운 와인 시음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새콤달콤한 석류 와인 한 모금에 더운 날씨에 누적된 하루의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습니다. 여유로운 산골 마을의 정취 속에서 각자의 취향에 맞는 예쁜 와인병을 고르며 낭만적인 오후 일정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습니다.
4. 12편을 마무리하며
햇살 아래 웅장하게 빛나던 고대 로마 유적지부터 아기자기한 감성의 산골 와인 마을까지, 하루 안에 극적인 대비를 보여준 오늘의 여정은 튀르키예 여행의 다채로운 매력을 한층 끌어올려 주었습니다. 15명의 소중한 팀원들과 함께 이토록 깊이 있는 문화와 역사를 여유롭게 나눌 수 있어 정말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다음 12편에서는 푸른 에게해의 상징적인 항구 도시 이즈미르(Izmir)를 거쳐, 전 세계인에게 트로이 목마의 전설로 살아 숨 쉬는 '트로이(Troy)' 고대 유적지로 향하는 흥미진진한 여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양파 껍질처럼 까도 까도 끝이 없는 매력의 튀르키예 패키지 여행기, 애드센스 승인을 위한 꼼꼼한 팩트체크와 함께 다음 편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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