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열차 알 보라크는 카사블랑카의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궤도 위를 미끄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창밖으로는 모로코 특유의 붉은 황토 빛 대지와 대서양의 푸른 수평선이 교차하며 빠르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에도 내부는 흔들림 없이 고요했고, 그 이질적인 쾌적함 속에서 저는 비로소 아프리카 대륙의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열차가 북쪽으로 달릴수록 차창 밖 풍경은 조금씩 생기를 띠며 초록빛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시간 남짓한 시간이 흘러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을 때, 저는 아프리카 대륙의 끝이자 유럽과 가장 가까운 경계의 도시, 탕헤르(Tanger)에 도착했습니다. 기차역을 빠져나오자마자 불어오는 바람은 카사블랑카의 서늘한 대서양 바람과는 또 달랐습니다. 습하면서도 묘하게 따뜻한, 지중해의 기운이 섞인 냄새였습니다. 고개를 돌려 바다 저편을 바라보았을 때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흐릿한 수평선 너머로 보이는 실루엣이 바로 내일이면 건너가게 될 유럽 대륙, 스페인의 남쪽 끝자락이었기 때문입니다.
[에피소드] 탕헤르 시내 한복판에서 겪은 호객꾼과의 유쾌한 추억
탕헤르 기차역(Tanger Ville)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현대적이고 세련된 건축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한 발짝 벗어나 올드타운인 메디나와 항구 방향으로 가기 위해 택시 승강장으로 향하자, 어김없이 모로코 특유의 활기찬 혼돈이 저를 맞이했습니다. 수많은 쁘띠 택시 기사들이 소리를 지르며 다가왔고, 그중 한 중년의 기사가 제 캐리어를 낚아채듯 받아들며 자신의 파란색 소형 택시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카사블랑카에서 이미 단호하게 거절하는 법을 배웠다고 자부했기에, 저는 미간을 찌푸리며 "미터기(Meter)를 켜지 않으면 타지 않겠다"고 강하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기사는 호탕하게 웃으며 "이봐 친구, 걱정 마! 여기는 카사블랑카가 아니라 탕헤르야. 우리는 정직해!"라고 불어 억양이 섞인 영어로 답했습니다. 실제로 그가 켠 미터기는 시내 중심가인 프랑스 광장(Place de France)에 도착할 때까지 정직하게 올라갔고, 요금은 고작 15디르함(한화 약 2,000원 돈)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내릴 때 기사는 저에게 "Welcome to Tangier! 저기 바다 건너 보이는 게 스페인이야. 멋지지?"라며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대도시의 긴장감에 찌들어 모든 현지인을 경계하려 했던 제 마음이 탕헤르 기사의 호탕한 미소 한 번에 무장 해제되었던, 부끄러우면서도 유쾌한 기억입니다.
대서양과 지중해가 만나는 곳, 스파르텔 곶과 헤라클레스 동굴 가이드
탕헤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는 대서양과 지중해라는 두 거대한 바다가 공식적으로 만나는 지점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시내에서 서쪽으로 약 14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스파르텔 곶(Cap Spartel)'은 그 경계선에 서 있는 유서 깊은 등대입니다. 노란색과 하얀색이 어우러진 이 사각형 등대 앞에 서면, 왼쪽으로는 거친 파도가 치는 대서양이, 오른쪽으로는 비교적 잔잔하고 짙푸른 지중해가 펼쳐지는 장관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경계선이 눈으로 명확히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인류 역사상 수많은 탐험가가 이 곶을 돌며 느꼈을 두려움과 설렘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스파르텔 곶에서 해안선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자연이 빚은 기적인 '헤라클레스 동굴(Caves of Hercules)'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신화 속 헤라클레스가 대륙을 가르기 전 쉬어갔다는 이 동굴 내부로 들어가면, 바다 방향으로 뚫린 거대한 구멍이 나타납니다. 신기하게도 이 구멍의 실루엣은 뒤집어 놓은 아프리카 대륙의 모양을 똑 닮아 있습니다. 구멍 사이로 거친 대서양의 파도가 들이치며 하얀 포말을 일으키고, 그 너머로 수평선이 보일 때 투명한 동굴 벽과 바다의 대비는 완벽한 포토존이 되어 줍니다.
탕헤르 시내 이동 및 실전 여행자 팁
탕헤르는 언덕이 많은 도시입니다. 기차역에서 해변을 따라 조성된 신시가지는 평탄하지만, 여행자들이 주로 숙소를 잡는 올드타운 메디나와 프랑스 광장 주변은 가파른 오르막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도보로 이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역에서 숙소로 이동할 때는 무조건 탕헤르의 시내 택시인 '쁘띠 택시(하늘색 바탕에 노란 줄무늬가 특징)'를 타는 것이 정신 건강과 체력 아끼기에 좋습니다.
탕헤르의 쁘띠 택시는 카사블랑카와 달리 미터기 작동이 굉장히 잘 정착되어 있는 편입니다. 다만 타기 전에 반드시 "컴투르(Compteur, 미터기)"라고 한마디 확인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스파르텔 곶과 헤라클레스 동굴은 시내 중심가와 거리가 멀고 대중교통이 불분명합니다. 서너 명의 여행객이 모였다면 시내 대형 택시(그랑 택시)를 왕복으로 흥정하여 다녀오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대략 2시간 정도 대기하는 조건을 포함해 150~200디르함 내외로 흥정이 가능하니, 동행을 구해 비용을 나누는 것을 추천합니다.
핵심 요약
카사블랑카에서 탕헤르까지는 초고속 열차 알 보라크를 이용하면 2시간 10분 만에 쾌적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스파르텔 곶과 헤라클레스 동굴은 대서양과 지중해가 만나는 상징적인 장소이며, 대중교통이 불편하므로 그랑 택시를 대절해 왕복하는 것이 좋습니다.
탕헤르 시내의 쁘띠 택시는 하늘색이며, 비교적 미터기 요금이 잘 준수되나 탑승 전 확인하는 매너가 필요합니다.
다음 편 예고 이제 드디어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 지중해를 건널 시간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모로코 탕헤르에서 스페인 타리파로 향하는 페리(Ferry) 탑승권 예매 방법과, 저가항공(LCC)을 이용하는 방법의 장단점을 철저히 비교해 드리겠습니다.
대서양과 지중해가 만나는 대륙의 끝자락에 서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으신가요? 여러분이 지금까지 가보았던 여행지 중 가장 멀리 떨어진 '세상의 끝'은 어디였는지 댓글로 함께 나누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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