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블랑카에서의 이국적인 여정을 뒤로하고, 이제 모로코의 다음 도시이자 지중해로 향하는 관문인 탕헤르(Tanger)로 이동할 시간입니다. 대도시 간을 이동할 때 많은 여행자가 버스나 택시를 먼저 떠올리지만, 모로코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초로 시속 320km로 달리는 초고속 열차 '알 보라크(Al Boraq)'를 개통한 철도 선진국입니다.

국영 철도 기업인 ONCF가 운영하는 이 철도망은 카사블랑카에서 탕헤르까지의 이동 시간을 과거 5시간에서 단 2시간 10분으로 단축해 놓았습니다. 덕분에 여행자들은 쾌적하고 안전하게 대륙의 끝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영어나 한국어 지원이 매끄럽지 않은 현지 예매 시스템과 현장 발권의 변수 때문에 첫 기차 여행을 앞둔 이들은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모로코 기차를 실수 없이 예매하는 방법과 직접 경험한 1등석의 솔직한 후기를 공유합니다.

[에피소드] 결제 오류라는 복병, 역전 매표소에서 찾아낸 안도감

기차를 타기 전날 밤, 숙소 침대에 누워 ONCF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탕헤르행 고속열차를 예매하려고 시도했습니다. 회원가입을 마치고 원하는 시간대의 열차를 골라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한 순간, 화면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결제 실패' 메시지만 맴돌았습니다. 해외 발행 신용카드를 잘 승인하지 않는 현지 시스템의 고질적인 오류였습니다. 몇 번을 다시 시도해도 먹통인 화면을 보며 '내일 기차를 제때 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쉽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결국 조금 서둘러 카사 보야주르 역 매표소로 향했습니다. 세련되고 현대적인 역사의 규모에 놀라며 창구 직원에게 서툰 불어로 목적지를 말했습니다. 걱정이 무색하게도 직원은 유창한 영어로 응대하며 제가 원했던 시간대의 좌석을 친절하게 발권해 주었습니다. 심지어 온라인보다 친절한 미소까지 덤으로 받았습니다. 모로코 여행에서는 온라인 시스템이 막히더라도 현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늘 열려 있으니 지나치게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ONCF 기차 예매를 실패 없이 성공하는 두 가지 경로

모로코 기차표를 구하는 방법은 크게 온라인 예매와 현장 발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가장 마음이 편한 것은 공식 홈페이지나 앱을 이용하는 것이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에서 발급받은 카드(Visa, Master 등)가 결제 단계에서 거절당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럴 때는 무리하게 반복 결제를 시도하기보다는 현지 대행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카사블랑카에 도착하자마자 첫날 기차역 매표소나 자동 발권기(Vending Machine)를 통해 미리 며칠 뒤의 표를 예매해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고속열차인 알 보라크의 경우, 항공권처럼 예매 시점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동적 가격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당일 현장 구매를 하려면 좌석이 매진되거나 평소보다 훨씬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할 수 있으므로, 최소 이동 2~3일 전에는 표를 확보해 두는 동선 짜기가 필수적입니다. 일반 열차인 '알 아틀라스(Al Atlas)'는 좌석 여유가 비교적 있는 편이지만, 고속열차 구간은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조기 매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등석과 2등석의 차이, 과연 몇 천 원을 더 낼 가치가 있을까?

카사블랑카에서 탕헤르로 가는 고속열차 기준으로 1등석과 2등석의 가격 차이는 한화 약 7,000원에서 10,000원 안팎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장거리 이동을 앞둔 여행자에게는 1등석 선택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캐리어 보관의 안전성과 쾌적함'에 있습니다. 2등석은 우리나라의 KTX와 유사하게 2-2 배열로 좌석이 배치되어 있어 주말이나 출퇴근 시간에는 현지인과 커다란 짐으로 통로가 매우 혼잡합니다. 반면 1등석은 1-2 배열로 좌석 간격이 훨씬 넓고 독립적이며, 객실마다 짐을 보관할 수 있는 랙의 공간이 여유롭습니다.

또한 좌석마다 개별 콘센트가 구비되어 있어 이동하는 동안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를 충전하기에 용이합니다. 무엇보다 승객들의 밀도가 낮아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모로코의 광활한 평원과 대서양 해안선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몇 천 원의 비용으로 소매치기 걱정을 덜고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이는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선택입니다.

  • 핵심 요약

  1. ONCF 공식 웹사이트는 해외 신용카드 결제 오류가 잦으므로, 결제가 안 될 때는 카사블랑카 도착 첫날 기차역 창구에서 미리 발권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2. 초고속 열차인 '알 보라크'는 당일 예매 시 가격이 오르거나 매진될 확률이 높으므로 최소 이동 2~3일 전 사전 예매가 필수입니다.

  3. 1등석은 2등석에 비해 좌석이 넓고 짐 보관 공간이 여유로우며 안전하므로, 소액의 차액을 지불하고 1등석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 다음 편 예고 고속열차가 시원하게 대륙을 가로질러 마침내 우리는 모로코의 끝이자 지중해의 시작점인 탕헤르에 도착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아프리카와 유럽이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도시, 탕헤르에서 대서양과 지중해가 만나는 순간을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차 여행은 언제나 창밖 풍경을 보는 설레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타보았던 기차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창밖 풍경을 선물해 준 노선은 어디였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추억을 공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