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알던 해산물 파에야는 진짜가 아니다?
스페인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이나 스페인 요리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넓은 철판에 밥과 재료를 볶아낸 '파에야(Paella)'를 드셔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 대중적인 요리의 진짜 고향과 발상지가 바로 이곳 발렌시아라는 사실을 정확히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가이드로서 손님들에게 정형화된 관광객용 식사가 아니라, 진짜 현지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만드는 제대로 된 현지 미식을 대접하기 위해 발렌시아 전통 식당을 수배했던 기억은 지금도 흥미진진한 추억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새우나 홍합, 오징어가 화려하게 올라간 해산물 파에야는 사실 바닷가 관광객들을 위해 후대에 변형된 형태이고, 진짜 원조 발렌시아식 파에야(Paella Valenciana)는 바다가 아닌 농경지에서 구하기 쉬웠던 토끼고기와 닭고기, 그리고 큼직한 껍질째 넣은 그린빈과 달팽이를 넣고 장작불에 졸여내는 방식이 정석입니다.
현지인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한 정통 레스토랑에 단체 자리를 잡고, 한국인 입맛에는 다소 짤 수 있는 스페인 음식의 특성을 고려해 주방에 "소금을 대폭 줄여달라(Menos sal, por favor)"는 가이드만의 필수 주문을 넣은 뒤 설레는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파에야는 미리 만들어두는 음식이 아니라 주문 즉시 쌀을 볶고 졸여내야 하므로 최소 30~40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손님들이 지치지 않도록 싱싱한 발렌시아식 토마토 샐러드와 바삭한 오징어 튀김을 먼저 대접하며 파에야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드디어 커다란 철판 가득 얇게 펴진 밥과 노란 사프란 향이 아우러진 진짜 파에야가 테이블 위에 등장했습니다. 손님들은 우리가 알던 해산물이 없다며 처음에는 의아해하셨지만, 한 입 드셔보시고는 고기 육수가 밥알 깊숙이 배어든 깊은 풍미에 이내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특히 철판 바닥에 얇고 바삭하게 눌어붙은 누룽지를 스페인어로 '소카랏(Socarrat)'이라고 부르는데, 한국의 돌솥비빔밥이나 닭갈비를 먹은 뒤 볶아먹는 누룽지처럼 이 부분이 파에야의 맛이 가장 집약된 에센스입니다. 손님들과 함께 숟가락을 들고 철판 바닥을 닥닥 긁으며 스페인의 깊은 손맛과 정취를 공유했던 그 점심 식사는 단순한 끼니를 넘어, 여행이 주는 가장 원초적이고 행복한 문화적 교감의 순간으로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 발렌시아 미식 여행을 풍성하게 만드는 팁
아구아 데 발렌시아(Agua de Valencia): 직역하면 '발렌시아의 물'이라는 뜻을 가진 이 음료는 사실 물이 아니라 아주 상큼하고 독한 로컬 칵테일입니다. 갓 짜낸 신선한 발렌시아 오렌지 주스에 스페인식 스파클링 와인인 카바(Cava), 그리고 보드카와 진을 적정 비율로 섞어 만듭니다. 달콤하고 화사한 오렌지 향에 취해 주스처럼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제법 알딸딸한 도수가 올라오니, 기항지 투어 중 기분을 내기에는 아주 좋지만 과음은 금물입니다.
염도 조절 요령: 스페인은 전통적으로 소금 절임 음식을 많이 먹어 전반적으로 간이 매우 강합니다. 자유시간에 개인적으로 식당을 방문하시더라도 "씬 살(Sin sal - 소금 없이)" 혹은 "메노스 살(Menos sal - 소금 적게)"이라는 한마디를 기억해 두셨다가 주문할 때 사용하시면 훨씬 담백하고 입맛에 맞는 훌륭한 식사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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