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잔한 바다도 가끔은 성을 낸다

"크루즈는 워낙 대형 선박이라 멀미가 전혀 없겠죠?" 여행을 떠나기 전 미팅이나 상담을 진행할 때 많은 분들이 가장 자주 던지시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10만 톤, 혹은 20만 톤이 넘는 거대 크루즈 선박은 파도를 정면으로 제어하며 항해할 수 있는 첨단 평형수 시스템(Stabilizer)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흔들림을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배 안에 가만히 서 있으면 내가 지금 광활한 바다 위에 있는지 지상의 특급 호텔 로비에 서 있는지 헷갈릴 정도니까요. 하지만 거대한 자연의 힘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법입니다. 지중해의 특정 해역(특히 프랑스 남부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이 만드는 리온 만 등)을 지나거나 겨울철 기상이 갑작스럽게 악화될 때는 거대한 거함도 완만하게 파도를 타며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가이드로서 배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손님들의 안색과 컨디션을 살피느라 온 신경이 바짝 곤두서게 됩니다. 혹시나 멀미로 식사를 못 하시거나 방에서 나오지 못하는 분이 계실까 봐, 저는 한국에서부터 챙겨온 비상 멀미약(귀밑 패치나 복용약)을 들고 손님들의 방을 돌곤 했습니다. 배가 흔들릴 때 멀미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좁은 객실 안에 누워있기보다는 창문이 크고 탁 트인 라운지로 나와 시선을 먼 바다의 고요한 수평선에 고정하는 것입니다. 또한 과학적으로 배의 앞쪽(선두)이나 높은 층보다는 배의 정중앙(Center)이자 아래층으로 내려올수록 축의 흔들림이 덜해 멀미 증상을 대폭 완화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단순한 멀미를 넘어 고열이나 갑작스러운 통증 등 몸이 많이 아픈 응급 환자가 발생할 경우에는 크루즈 하부에 완벽하게 인프라가 갖춰진 '선상 의료실(Medical Center)'을 신속하게 이용해야 합니다.

# 선상 의료실 및 멀미 실전 이용 요령

  • 게스트 서비스 데스크 무료 멀미약: 깜빡하고 한국에서 약을 챙기지 못했더라도 전혀 당황하실 필요 없습니다. 5층 메인 로비에 위치한 게스트 서비스 데스크(Customer Service)에 가서 멀미 증상을 이야기하면, 선사에서 승객들을 위해 특별히 제조하거나 구비해 둔 선박 전용 멀미약을 무료 또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이 약은 효과가 제법 강해서 흔들리는 밤에도 손님들이 편안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통방통한 해결사 역할을 해줍니다.

  • 의료비 청구 및 보험 서류 확보: 선상 의료실에는 글로벌 기준의 전문 의사와 간호사들이 상주하고 있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단, 공해상에서 이루어지는 의료 행위이므로 미국의 사보험 수가가 적용되어 진료비와 약 값이 제법 비싸게 청구됩니다. 모든 비용은 우선 크루즈 카드로 결제되는데, 이때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의사의 영문 진단서(Medical Report)와 항목별 영수증(Itemized Invoice)을 반드시 꼼꼼하게 챙겨두셔야 귀국 후 한국에서 가입해 온 해외여행자 보험을 통해 비용을 전액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