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2세 메스크의 웅장함에 감탄하고 난 뒤, 발걸음을 조금만 옮기면 카사블랑카의 전혀 다른 얼굴을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모로코 도시 어디에서나 여행자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구시가지, 메디나(Medina)입니다. 높은 현대식 빌딩과 넓은 대로가 펼쳐진 신시가지와 달리, 메디나는 수백 년의 세월을 가둔 채 얽히고설킨 미로 같은 골목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카사블랑카의 메디나는 마라케시나 페스의 메디나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 상점뿐만 아니라 현지 주민들의 진짜 일상이 가득 차 있어 더욱 날것의 모로코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사방이 벽으로 막힌 좁은 골목과 구글 맵마저 길을 잃는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에게는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기 마련입니다. 메디나의 독특한 활기를 온전히 즐기면서도, 안전하게 길을 찾는 실전 도보 여행 가이드를 소개합니다.

[에피소드] 구글 맵이 멈춘 골목, 꼬마 가이드의 장난스러운 친절

카사블랑카 메디나의 좁은 골목 깊숙이 들어섰을 때의 일입니다. 양옆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가죽 제품과 향신료 포대들을 구경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사방이 똑같이 생긴 흙벽으로 둘러싸인 막다른 길에 다다랐습니다. 스마트폰을 켜서 구글 맵을 확인했지만, 높은 벽에 신호가 막혔는지 파란색 위치 점은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 뿐이었습니다.

당황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제 허리춤만 한 모로코 아이 세 명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은 연신 "시티 센터? 카사 포르?"를 외치며 한쪽 골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기차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겠다는 몸짓이었습니다. 가이드북에서 '길을 알려주고 과도한 팁을 요구하는 아이들을 조심하라'는 문구를 보았기에 잠시 경계심이 들었지만,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믿고 따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불과 두 번의 모퉁이를 돌자마자 넓고 환한 메디나 출구가 나타났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주머니에 있던 한국 과자를 건네자, 아이들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골목 저편으로 사라졌습니다. 메디나의 미로는 때로 두려움을 주지만, 그 속에는 이처럼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만남이 숨어 있습니다.

메디나에서 길을 잃지 않는 세 가지 시각적 기준점

메디나 내부에서는 스마트폰 지도 앱에 의존하는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골목이 너무 좁고 지붕이 덮인 곳이 많아 GPS 오차가 심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나침반 역할을 해 줄 나만의 시각적 기준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며 하산 2세 메스크의 미나레트(첨탑)나 메디나 외곽의 높은 건물의 위치를 파악해야 합니다. 내 진행 방향이 바다 쪽인지, 아니면 시내 중심가 쪽인지 가늠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둘째, 바닥의 경사를 느껴보세요. 카사블랑카 메디나는 대체로 바다 방향으로 갈수록 고도가 낮아집니다. 만약 길을 완전히 잃었다면 완만한 내리막길을 따라 걸어 내려가 외곽 대로로 빠져나오는 것이 현명합니다.

셋째, 메디나의 중심 축이 되는 조금 넓은 상점가 골목을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넓은 길은 결국 메디나의 주요 성문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좁은 사잇길로 들어가더라도 언제든 다시 넓은 길로 돌아올 수 있는 동선을 의식하며 걷는 것이 좋습니다.

안전한 메디나 탐방을 위한 소지품 관리와 에티켓

메디나는 많은 인파가 밀집하는 곳인 만큼 소매치기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백팩은 반드시 앞으로 돌려 매야 하며,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멍하니 걷는 행동은 지양해야 합니다. 특히 오토바이나 리어카가 좁은 골목을 빠른 속도로 지나갈 때가 많으므로, 뒤에서 소리가 나면 즉시 벽 쪽으로 붙어 길을 터주어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상인들과 물건값을 흥정할 때도 에티켓이 필요합니다. 모로코 메디나에서는 보통 상인이 처음 부르는 가격의 절반 이하부터 흥정을 시작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하지만 살 마음이 전혀 없으면서 터무니없는 가격을 던지고 상인을 자극하는 것은 불필요한 실랑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정말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을 때만 미소를 띤 채 부드럽게 가격을 깎아가는 과정을 일종의 문화적 놀이로 즐기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또한, 메디나 내부에서 열심히 삶을 일구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허락 없이 카메라로 직접 촬영하는 것은 큰 결례이므로, 인물 사진을 찍고 싶을 때는 반드시 눈인사를 건네거나 동의를 구하는 매너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 핵심 요약

  1. 카사블랑카 메디나 내부에서는 구글 맵의 GPS가 정확하지 않으므로 사방의 지형지물과 넓은 상점가 길을 기준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2. 미로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완만한 내리막길을 따라 걸으면 결국 메디나 외곽의 큰 대로를 만날 수 있습니다.

  3. 인파가 몰리는 좁은 골목인 만큼 소지품은 항상 몸 앞쪽에 소지하고, 현지 상인이나 주민들을 촬영할 때는 반드시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메디나를 걷느라 지친 허기를 달래줄 시간입니다. 타진 그릇 속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모로코 현지인의 소울 푸드, 진짜 타진(Tagine) 맛집을 로컬 시장에서 찾아내는 세 가지 구별 기준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국적인 북아프리카의 골목길을 상상해보니 어떠신가요? 여러분이 여행 중 마주쳤던 가장 기억에 남는 반전 매력의 골목이나 시장은 어디였는지 댓글로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