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도 미술관을 걷다 보면 유난히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초상화가 한 점 있다.
| [가슴에 손을 얹은 기사] |
화려한 왕관도, 눈부신 갑옷도 없다. 배경 역시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가 조용히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그림 앞에서는 쉽게 자리를 떠날 수가 없다.
바로 엘 그레코의 대표작 「가슴에 손을 얹은 기사」이다.
나는 처음 이 작품을 보았을 때 "도대체 이 남자는 누구일까?"라는 궁금증부터 생겼다. 하지만 작품을 오래 바라볼수록 더 중요한 질문이 떠올랐다.
'왜 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이 그림의 진짜 주인공은 인물의 얼굴이 아니라 그의 손인지도 모른다.
엘 그레코는 누구인가?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화가인 엘 그레코를 알아야 한다.
엘 그레코는 1541년 그리스 크레타섬에서 태어났다. 그의 본명은 도메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Doménikos Theotokópoulos)였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그를 단순히 '그리스 사람'이라는 뜻의 엘 그레코라고 불렀다.
그는 젊은 시절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티치아노의 영향을 받으며 그림을 공부했고, 이후 스페인 톨레도로 이주하여 활동하게 된다.
처음에는 스페인 궁정화가가 되기를 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대신 톨레도에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완성했다.
오늘날 엘 그레코는 스페인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던 이야기 계속하는 느낌이 없지는 않으나 가이드할때도 마찬가지로 하던 설명 계속 반복해야하니
지겨운 분들께는 양해를 구한다.
그림 속 남자는 과연 누구일까?
흥미로운 사실은 지금까지도 그림 속 인물이 누구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부 학자들은 이 인물이 스페인 귀족 후안 데 실바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학자들은 산티아고 기사단 소속 귀족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심지어 엘 그레코 자신의 자화상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하지만 어느 가설도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결국 이 작품은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미스터리 초상화 가운데 하나로 남게 되었다.
어쩌면 엘 그레코는 특정 인물보다 스페인 귀족이 지녀야 할 이상적인 정신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가슴 위에 놓인 손의 의미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오른손이다.
남자는 오른손을 자신의 가슴 위에 올려놓고 있다.
당시 스페인에서는 이와 같은 자세가 명예와 충성, 신앙 그리고 진실을 상징하는 제스처로 사용되었다.
즉, 그는 마치 "나는 명예를 걸고 맹세한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작품 앞에 서서 이 손을 바라보며 오늘날의 세상과 비교하게 되었다.
과연 지금 우리는 자신의 명예를 걸고 약속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 그림이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인간의 기본적인 가치인 명예와 신뢰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검은 옷이 의미하는 것
남성은 검은색 의상을 입고 있다.
오늘날에는 검은색이 평범하게 느껴지지만 16세기 스페인에서 검은색 염료는 매우 비쌌다.
따라서 검은 의상은 부와 권력, 그리고 품위를 상징했다.
엘 그레코는 화려한 배경이나 장식 없이 오직 인물 자체에만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남성의 얼굴과 손, 그리고 눈빛에 시선을 집중하게 된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느낀 개인적인 생각
프라도 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보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인물의 눈빛이었다.
그의 눈빛은 매우 차분하면서도 강한 의지를 담고 있었다.
마치 4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무언가를 이야기하려는 듯한 느낌이었다.
화려함은 없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
그래서 나는 「가슴에 손을 얹은 기사」가 프라도 미술관에서 반드시 봐야 할 작품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은 그림 속 인물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가슴 위에 올려진 손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다고 느끼는가?
2 댓글
그림 하나를 정말 상세히 설명해주시네요. 스페인 관광을 다녀왔는데 기억에 남은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 그때 뭘 봤고 뭘 설명들었구나 하고 다 기억이 나기 사작하네요
답글삭제감사합니다. 저도 많은 분들이 그랬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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