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도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 가운데 상당수는 자연스럽게 한 공간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그리고 잠시 후 이런 질문을 던진다.
"어? 같은 사람 아닌가?"
실제로 두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얼굴도 같고, 자세도 같고, 바라보는 시선도 같다. 차이가 있다면 한 작품은 옷을 입고 있고, 다른 한 작품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는 점뿐이다.
바로 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대표작인 벌거벗은 마하와 옷을 입은 마하이다.
| 옷을 입은 마하 |
나는 처음 이 작품들을 보았을 때 단순히 "같은 모델을 그린 그림이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품에 담긴 시대적 배경과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된 뒤에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되었다.
| 벌거벗은 마하 |
마하(Maja)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마하'를 특정 여성의 이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마하는 이름이 아니다.
18세기 후반 스페인에서 유행하던 표현으로, 세련되고 멋을 아는 도시의 젊은 남녀를 뜻하는 말이었다. 특히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여성들을 '마하'라고 불렀다.
당시 귀족 사회에서는 프랑스식 문화가 유행하고 있었지만, 일부 스페인 사람들은 자국의 전통 의상과 문화를 고수했다. 마하는 이러한 스페인 고유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고야는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를 누구보다도 예리하게 관찰했던 화가였다.
그림 속 여인은 과연 누구일까?
이 두 작품을 둘러싼 가장 큰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는 바로 모델의 정체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은 당시 스페인 최고 권력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마누엘 고도이의 연인이자 귀족이었던 알바 공작부인 마리아 카예타나가 모델이라고 믿어 왔다.
실제로 고야와 알바 공작부인의 관계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며, 두 사람 사이에 특별한 감정이 있었다는 추측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일부 학자들은 다른 모델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결국 오늘날까지도 그림 속 여인이 누구인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미술사 최대의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왜 「벌거벗은 마하」는 충격적이었을까?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누드 그림은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러나 고야가 활동하던 18세기 말 스페인 사회는 매우 보수적이었다. 특히 가톨릭 교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여성의 누드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르네상스 시대에도 누드 작품은 존재했다. 하지만 대부분 비너스나 신화 속 여신의 모습을 빌려 표현되었다.
반면 고야의 「벌거벗은 마하」는 달랐다.
신화 속 여신도, 성인도 아니다.
현실 속 평범한 여성이 정면으로 관람객을 바라보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녀의 시선이다.
많은 누드화 속 인물들은 수줍어하거나 시선을 피한다. 그러나 마하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자신감 있는 눈빛으로 관람객을 응시한다.
나는 이 당당한 시선이야말로 이 작품이 지금까지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옷을 입은 마하」는 왜 그려졌을까?
흥미롭게도 「옷을 입은 마하」는 「벌거벗은 마하」와 거의 동일한 구도를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학자들은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설은 마누엘 고도이가 방문객의 성향에 따라 두 작품을 번갈아 보여주기 위해 주문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해석은 종교재판소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보다 안전한 버전의 그림을 제작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고야는 훗날 종교재판소에 소환되어 이 그림들에 대해 해명을 해야 했다.
비록 심각한 처벌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은 당시 사회 분위기가 얼마나 엄격했는지를 보여준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마주한 마하의 눈빛
프라도 미술관에서 두 작품을 나란히 바라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하의 눈빛이었다.
옷을 입었든, 입지 않았든 그녀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다.
오히려 관람객을 똑바로 바라보며 "왜 나를 그렇게 바라보는가?"라고 되묻는 듯한 느낌마저 받았다.
어쩌면 고야는 단순히 아름다운 여성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당시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20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여러분은 「벌거벗은 마하」와 「옷을 입은 마하」 가운데 어느 작품이 더 인상 깊게 느껴지는가? 그리고 그림 속 여인은 과연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0 댓글